여권

여권

윤종신박재정 0 418
윤종신박재정

무턱대고 떠나는 여행
막 서둘러 싼 짐과
여권뿐
방 안은 미칠 것 같아서
거리는 측은해서
너를 제발
벗어나고만 싶어서
마침 옆자리가 비었어
좁지 않아 정말 편한걸
여권 지갑은 빼 버렸어
너의 흔적이라서
흔한 남들 거랑
이제 다르지 않아
어쩜 우린
그렇게 다녔니
조심스레 열어 본
그 속에선
여기저기 찍힌 추억들이
거리보다 가득해
네가 더 선명해서
마치 옆에 있는 듯해
못생긴 나의 사진
처량해
그 얼굴이 내게
원망하듯 묻잖아
왜 떠나보내야만
한 거니 너
정말 자신 있어
내 옆자릴
물끄러미 보네
오늘따라 많이 흔들려
그때마다 기대곤 했던
그 자린 풀린 벨트만이
덩그러니 반짝여
난 채워 버렸어
누군가 있는 것처럼
어쩜 우린
그렇게 좋았니
조심스레 열어 본
그 속에선
여기저기 찍힌 추억들이
거리보다 가득해
네가 더 선명해서
마치 옆에 있는 듯해
못생긴 나의 사진
처량해
그 얼굴이 내게
원망하듯 묻잖아
왜 떠나보내야만
한 거니 너
정말 자신 있어
내 옆자릴
물끄러미 보네
나만의 여행을
해 볼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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